용기를 내 경제 서적 블로그에 도전하였지만 경제 이야기가 나오면 소심해지는 이유는 아직 내가 모르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배우자 다짐했던 나의 마음을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경제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정치와 경제는 나완 너무 먼 장르라고 생각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경기는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고 아끼기만 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에 똑똑하게 돈 모으는 법을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려면 일단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할 텐데 매일 아침 경제 뉴스를 읽어보려 노력해 봐도 늘 까막눈처럼 헤매었다. 그냥 '경제'라는 것이 마냥 어렵고 대단한 단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하면서 저자들의 이야기를 접한 후 나에게 그렇게 다가가기 힘들고 대단해 보였던 경제에 대해 약간의 배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를 집필한 이들은 10만 정기 구독자에 1억 누적 다운로드를 자랑하는 경제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의 진행자 이국영/박성훈 PD이다. 이들은 경제 전문 기자 출신이며 국내의 다양한 사례와 경제사회적 이슈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쉽고 안전하게 자신의 재무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들은 하나의 경제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경제의 이면을 유쾌하게 잡담하듯, 하지만 명쾌하고 날카롭게 파해치며 주류 언론과는 결이 다른 접근 방식으로 청취자들의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준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경제라는 시스템에 속아왔다. 기업과 정부와 언론은 경제에 무지한 국민들을 너무 쉽게 속이고 우리의 돈을 빼앗아갔다. 우리의 돈을 지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앞으로 우리를 속이려는 경제주체의 행동을 의심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당당하게 우리를 위한 경제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의 의도를 사전에 알아채야 한다. 그래야만 돈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온전히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찾을 수 있다."
이국명, 박성훈 PD 그들은 누구인가
이국명 PD (오른쪽)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위대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경제학에 도전해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쳤지만 머릿속에 남은 것은 뜨끈한 정도로 복잡한 숫자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신문사 등에서도 주로 경제, 산업 분야를 취재했지만 가슴은 갈수록 차가워졌다. 경제학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대로 커질 때쯤 운 좋게도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이후 매일같이 애청자들을 만나며 난해한 숫자로 실드를 치고 있는 경제의 안개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보물 같은 두 아이에게 사람 사는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를 속으로 되뇌는 중이다. 2011년 <해봤어> 란 책을 펴낸 바 있다.
박성훈 PD (왼쪽)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멋진 활약을 하는 것에 반해 스포츠 신물 기자가 됐지만 좋아하는 게 직업이 되니 살짝 괴로웠다. 그렇게 기자 생활만 14년을 하다 팟캐스트를 병행하는 PD라는 새 직업을 얻게 되었다. 야구, 볼링, 당구, 테니스, 배구, UFC, WWE 등 결이 맞지 않는 다양한 스포츠 마니아면서 연필, 자동차, 비누, 치약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40대 '잡탕맨'이다. 더불어 짜증 나는 일, 비겁한 일, 더러운 일, 치사한 일과 같이 한국의 졸부들이 마음대로 저지르는 졸렬한 행동과 그 배경에 관심이 많은 '호기심돌이' 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경제의 이면이 궁금해졌다. 우리는 경제의 어떤 면에 어떻게 속고 있는 걸까?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의 책의 구성
목차
프롤로그
PART1.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chapter1. 월급은 왜 짠가_세금과 시스템에 갇힌 월급명세서
직장인의 (월급을 찾는) 모험 / 월급은 왜 짠가 / 세금으로부터의 자유 / 월급의 경제학적 의미 마무리 정리
chapter2. 사장의 비겁한 거짓말_더 일하고 덜 받게 만드는 시간 도둑
억지로 워커홀릭 / 회사에 길들여진 슬픈 회사원 / 노동시간을 줄여라 / 출퇴근시간을 줄여라 / 착한 직장인 콤플렉스를 벗어나라 마무리 정리
chapter3. 경제학자의 뻔뻔한 거짓말_갑을관계를 왜곡하는 일자리 도둑
심청전의 불편한 진실 / 10년째 반복되는 미스매칭 / 매칭이론의 불편한 진실 / 일자리와 인구감소 / AI로봇의 위협 / 탈노동의 시대 / 기본소득의 중요성 / 축복이 된 인구감소 마무리 정리
chapter4. 무한경쟁의 서글픈 거짓말_희망을 착취하는 열정 도둑
악용되는 파레토 법칙 / 메기이론의 불편한 진실 / 성과연봉제의ㅣ 허구 / 엔론 몰락의 불편한 진실 / 등수 매겨 내쫓기의 비밀 /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 백수 개미의 비밀 마무리 정리
chapter5. 통계의 새빨간 거짓말_이성을 잃게 만드는 숫자 도둑
정치가의 거짓말, 통계 / 실업률의 꼼수 / 청년실업률의 불편한 진실 / 물가상승률의 비밀 / 신기루 같은 경제성장률 / 짜고 치는 고스톱 마무리 정리
PART2.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chapter6. 결함의 의도한다_계획적 노후화의 불편한 진실
스마트폰 교체주기의 불편한 진실 / 2% 부족할 때 / 은밀한 '보이지 않는 손' / 스마트폰의 계획적 노후화 / 유행이란 이름의 계획적 노후화 / 계획적 노후화에 대한 반격 마무리 정리
chapter7. 결정할 수 없게 결정한다_선택의 역설
스펙터클한 옵션질 / 시세 이기는 옵션은 없다? / 건설사와 은행의 옵션질 / 마이너스통장의 함정 마무리 정리
chapter8. 고정관념을 공략한다_가격차별의 꼼수
가격차별의 꼼수 / 에너지 독립을 꿈꾸는 미국 / 마이너스 유류할증료가 없는 이유 / 워터파크와 스키장의 꼼수 / 가격차별 백태 마무리 정리
chapter9. 유리지갑을 턴다_불순한 의도의 세금 폭탄
죄악세라는 별명의 세금 / KT&G 주가의 불편한 진실 / 기름값이 변함없는 이유 / 세금의 가혹한 굴레 / 세금 앞에 당당하게 살기 마무리 정리
chapter10. 공포를 조장한다_메디컬푸어의 눈물
공포마케팅의 불편한 진실 / 천차만별 도수치료 / 갱신 시 보험료는 인상될 수 있습니다 / 환자 vs 보험사 법정공방 / 95% 커버율의 불편한 진실 / 메디컬푸어의 눈물 마무리 정리
에필로그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실제로 우리는 실생활에서 '경제'라는 거창한 이름에 속아 매일 농락을 당하며 산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로 말이다. 다양한 꼼수들을 이용해 기업, 정부, 언론은 무지한 국민들을 너무 쉽게 속여왔다.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월급은 왜 짠가: 대부분의 노동자에게는 '월급 결정권'이 없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월급을 책정한다는 말이다. 월급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 즉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기존 경제학의 설명과는 정반대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월급 시스템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기업이 노동자에게 낮은 월급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이라는 그럴싸한 '실드'를 친 셈이다. "이 월급에도 일 할 사람 널리고 널렸어"라며 잔뜩 후려친 연봉 계약서를 노동자에게 들이밀기 위한 수책이라는 말이다.
착한 직장인 콤플렉스: 우리가 힘겹게 사는 것은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득권층이 쳐놓은 근면성실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휴가를 다 누리는 것이 혹시 회사에 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내가 야근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할까 라는 고민도 착한 직장인 콤플렉스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청년실업률: 우리나라의 경우 군복무라는 특수성을 들어 청년층을 15세~29세로 늘려 잡아 실업률을 낮췄다. 실제 CECD(15세~24세)와 무료 5년이나 차이가 난다. 통계청에서는 군대 때문에 우리 나무 청년층 연령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설명한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까지 청년층을 29세로 늘려 잡은 이유는 OECD 기준대로 24세까지만 청년으로 인정할 경우 사회에 진출해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드니, 그만큼 실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청년실업률이 높아도 청년층 나이를 29세(대부분의 직장인 나이)로 늘려 놓았기 때문에 통계로는 낮은 수치로 계산된다. 우리나의 청년실업률이 높지 않다고 보여주고 싶은 통계청의 계략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 외의 일상에서의 경제의 꼼수
1. 우리의 휴대폰 약정기간은 대부분 2년이지만 2년이란 기간을 꽉 채운 후 휴대폰을 바꾸는 일은 드물다.
(고장이 나든 액정이 깨지든 무슨 일이 생긴다.)
2. 염두에 두었던 자동차를 사려고 매장을 방문했는데 나올 때는 고액의 차를 끌고 나온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어쩌다 보니 이미 다른 차를 계약했다. 일명 보태보태 비용)
3.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인터넷 뉴스들도 사실은 광고이다.
(새로운 소식을 보러 왔다가 새로운 겟아이템을 발견한다.)
호갱타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취업 준비를 해본 전 백수로서 "프랑스 백수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없는 걸 들고일어나는데 우리나라 백수들은 다 지 탓인 줄 안다. 자기가 못나서 그런 줄 안다"는 말에 울컥했다. 남들은 잘만 하는 취업인데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좌절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언론에 띄워지는 통계는 우리를 더 작아지게 만든다. 모두가 속고 있으니 국가에 일자리를 만들어달라 항의도 못하는 것이다 책 속에는 더 다양한 사례들이 많이 나타난다. 우리가 믿고 있던 경제가 사실은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우리는 경제에 속지 않고 우리의 돈을 지키는 방법을 고뇌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두 PD가 강조했던 말들을 다시 한번 돼 내었다. 우리를 속이려는 경제주체의 행동을 의심하고 행동하기, 당당하게 우리를 위한 경제 요구하기, 그러기 위해서 우리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의 의도 알아차리기. 그래야만 돈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온전히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 똑똑하게 돈 모으기를 실현하기 이전에 가장 먼저 우리에게 비치는 '경제'라는 타이틀에 대한 의심으로 수중한 내 돈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보이는 게 다인줄 알았던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는 사람에게 이러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두 PD님에게 이렇게나마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